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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IT&보안 칼럼] 검색 사이트에 거는 이용자의 기대

객과 함께. 2010. 5. 20. 18:16
[김연수의 IT&보안 칼럼] 검색 사이트에 거는 이용자의 기대
안철수연구소 | 2010-05-17

필자는 매주 토요일이면 미국 워싱턴 주의 형제실버대학에서 컴퓨터 강사(전산정보학과)로 나선다.
여기에서는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에 서툰(- 몇몇은 꽤 실력이 있는), 나이든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살아온 인생 보따리는 등마다 한 짐씩인데, 젊을 때 시류의 난고를 겪으며 디지털이라고는 상상도 못하셨던 세대라 컴퓨터를 배우는 강의시간이면 긴장과 호기심에 가득한 눈길로 나를 쏘아보신다.


얼마 전에 이 실버대학 주최로 워싱턴 주 컴퓨터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마치고 나서 몇몇 분들이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검색사이트에 대해 말씀하신 한 토막을 소개한다.
“검색사이트가 만능은 만능입니다. 거기에 가면 없는 게 없어요! 백과사전이 따로 필요 없어요.”
“저는 이번에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많이 알게 되었는데, 검색하고 싶은 말의 첫마디만 쳐도 예제 단어들이 밑에 줄줄이 나와서 참 편했어요.”
“저는 오히려 그것이 불편합니다. 거기서 제시하는 예문들은 별로 쓸모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 내용들을 무시하고 내가 찾는 검색 단어만 기입하곤 합니다. ”


바로 이 부분이 오늘 이 글의 화두다. ‘검색어 완성 기능의 유용성 여부’

영어권의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이 검색사이트로 구글(google.com)을 사용한다. 영어권일지라도 한국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네이버(naver.com), 야후(yahoo.com), 다음(daum.net)을 사용한다. 구글과 한국어권의 검색사이트들의 차이를 들라면, 구글은 검색 기능에 특화했고, 한국어권 검색사이트들은 검색은 물론 각종 관련 정보를 총동원해 그야말로 웹사이트의 ‘백화점’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흔히 포털사이트(portal site)라고 하는데 이 포털의 의미는 ‘관문’, ‘정문’의 뜻으로, 집으로 표현하면 현관문인 셈이다. 그런데 현관문에 온갖 것들을 다 진열한다면......?!


각각의 검색․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검색창을 통해서 보게 되는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을 예로 보자. 이 기능은 방문자가 검색 창에 첫 글자를 입력하는 즉시 여러 가지 관련 어구를 제시받는 상당히 편리한 옵션이다.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정보가 제각기 다르겠지만, 그 사람에 맞는 정보를 가능한 한 빨리, 정확하게 찾아주는 게 컴퓨터와 검색엔진의 인공지능이다. 예를 들어, 직업이 농부인 사람이 검색사이트에서 ‘배’를 기입했을 때와, 어부가 ‘배’를 검색했을 때 검색사이트는 그 사람의 특수성을 분별해 검색결과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방문자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은 그에게서 개인정보를 임의 또는 동의하에 수집해서 개인의 성향을 자료 분석(data mining)하고 그것으로써 서비스를 달리 할 수 있다.


한편, 일반적인 방문자들은 기본적으로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에 예시되는 문장들이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본 순서대로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렇다면 각 검색사이트마다 일정한 단어나 물음에 대한 예시문장이 거의 비슷해야 할 것인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결과로 추정해 볼 때, 각 검색사이트마다 예시 문장을 선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이용자들의 기대치와 검색사이트 운영자 및 각 운영사 간의 선정 기준에 의한 결과치가 다른 것은 각 당사자의 ‘필요’(need)와 ‘목적’(purpose)의 차이 때문이다.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사이트를 이용하고, 검색서비스제공자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당장에 요구하는) 정보를 빨리 찾아 주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이용자가 검색한 정보를 서비스제공자가 빨리, 정확하게 찾아주려고 애쓰는 한편 그 대가, 즉 영리적으로 ‘이윤’을 고려하고 그러한 이윤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에 이론(異論)이 없다. 그래서 이용자는 경우에 따라서 자신의 개인정보 기타 일정한 비용을 기꺼이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기대하고 서비스제공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이용자 또는 다른 사업자들에게서 일정한 수익을 고려한다. 그런데 서비스제공자가 정도를 지나쳐 혹시라도 이용자들의 방문 또는 그 개인정보를 볼모로 다른 사업자들에게서 이윤을 추구하는데 더 역점을 두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크다.


우리나라의 검색사이트들은 이미 검색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종합’ 서비스를 지향한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앞서 말한 대로 웹사이트의 백화점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가 백화점에 기대하는 것 중에 ‘상품의 질, 서비스의 신뢰’를 무시할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이용자가 검색․포털 사이트에 기대하는 점은,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순서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며 찾아본 주요 어구들’을 기본으로 지금 내게 필요한 정보(서비스)을 제시받는 것이다. 그런데 검색․포털 사이트가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한 다른 결과들을 내보인다면 이용자들은 그 기능을, 나아가 그 사이트마저 외면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소비자가 상점에 가서  무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설명하는데 주인이 그때마다 내놓는 상품(또는 서비스)들이 소비자의 의도와 다를수록 소비자는 답답해하고 주인은 장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웹사이트의 생명은 방문자, 특히 회원이면서 충실한 고객의 방문과 그들의 (소비) 활동에 있다. 검색사이트가 검색 기능 제공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영리를 추구하는데 치중할수록 생명력은 길지 않다고 본다.

검색사이트의 진정한 가치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빨리, 정확하게’ 제공하는데 있지, 그저 (유사하다는 이유로) 많은 정보와 상품들을 자의로 진열해 놓고 알아서 고르게 한다거나, 자신들의 이익에 유리한대로 선정․배치한 정보를 강권하는데 있지 않다.

 

검색사이트가 겉으로는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라고 내세우고 속으로는 이윤에 급급해서 사업자들 유치에 치중해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서비스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 IT 칼럼니스트 김연수

작성자 중앙대학교 법대와 대학원을 거쳐 정보통신부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한국정보보호진흥원 KISA)에서 근무하였으며, 미국에 유학하여 워싱턴대학교 로스쿨을 마치고(- 정보통신과 지적재산 법제 기술 전공), 현재 미국 퍼시픽 신학대학원에서 IT와 디지털의 관점에서 신학(성서)과 법제도에 대한 뉴 패러다임을 연구 중. 주요 저서로는 『사이버범죄 총람』, 『개인정보보호』, 『사이버 역기능』이 있고, , <사이버 범죄 속의 교회>, <세계를 가슴에 품은 남자> 등을 집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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